AI Lab 2년이 마이리얼트립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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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Lab 2년이 마이리얼트립에 남긴 것

AI Lab 이동훈 팀장

2024년 11월에 출범한 마이리얼트립 AI Lab이 2년의 운영을 마칩니다. 별도 추진 조직이 끌어가지 않아도 구성원 각자가 자기 손으로 AI를 일에 녹여내는, AI Native한 일하는 방식이 회사 안에 자리 잡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끝맺음이라기보다, 무게중심을 다음 단계로 옮기기 위한 정리에 가깝습니다.

마이리얼트립 AI Lab을 2년간 이끌어 온 이동훈 님에게 회사가 왜 이 형태를 택했고, 무엇이 일어났으며, 왜 끝내는지를 들어보았습니다. 별도 조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그 변곡점이 어디였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끌어올려야 했다

동훈님이 이동건 대표와 처음 대화를 나눈 건 2024년 9월이었습니다.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건 누구나 알던 시점, 동건님이 처음부터 분명히 한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아카데믹하면 안 된다", 그리고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의외였던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2024년만 해도 회사 안에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도, 데이터 담당자도 있었습니다. 머신러닝 관점에서는 그들이 가장 선두에 있는 전문가였지만, 동건님이 고른 사람은 본업과는 별개로 사내 문제를 AI로 직접 풀어보고 있던 동훈님이었습니다.

"동건님이 보신 건 '자기 현업 문제를 AI로 직접 풀어 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기술 중심으로 먼저 연구개발을 한 뒤 마켓핏을 나중에 보는 구조는 일찍 선택지에서 빠졌습니다. 현업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시작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외부 강사를 섭외해 사내 교육을 한 시간, 두 시간 돌리는 선택지도 일찌감치 제외됐습니다. 동건님의 표현은 "사람은 스토리텔링에 잘 몰입한다" 였고, 동훈님도 같은 결로 동의했습니다. 외부 강사의 일반론보다, 옆자리 동료가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를 보는 게 사람을 움직인다는 신념입니다. 가능성을 "가능하다·불가능하다"의 영역에서 "가능하다"로 옮겨오는 건 결국 동료의 사례라는 것. 이 신념이 나중에 '모두의 AI'라는 사내 발표 프로그램으로 이어졌습니다.

'Lab'이라는 이름에는 "현업의 실존적 문제를 풀되, 기존과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독립팀" 이라는 뉘앙스가 담겼다고 동훈님은 짐작합니다.

첫 두 달의 SI 모델은 좌초했다

AI Lab은 2024년 11월에 신설됐지만, 처음 두 달은 사실 지금 정의하는 AI Lab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동훈님은 그때 자신을 "사내 니즈를 AI로 푸는 사내 SI 팀" 으로 정의하고 일했습니다. SEO 자동화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었는데, 그 시기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2025년 1월까지 전부 좌초됐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비즈니스 오너의 1순위 문제가 아니었다" 는 점이었습니다. 의뢰한 팀 입장에서 그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리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도 적용할 만큼의 시간·리소스가 투입되지 않았고, 잘 됐는지 아닌지를 평가할 파이프라인조차 깔리지 않았습니다.

진짜 뼈아팠던 건 사내의 회의가 아니라 동훈님 안에서 일어난 자각이었습니다. AI Lab 출범 후 2~3주차쯤, SI 모델로 받아둔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표류하기 시작하면서 한 인식이 찾아왔습니다.

"아, 내가 너무 소프트웨어 개발하고자 하는 본능만을 쫓았구나."

시작한 일이니 끝맺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시에, "누군가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 부수고 방향을 다시 잡아줬으면 좋겠다" 는 양가감정이 같이 왔습니다.

그래서 동훈님이 한 일은 단순했습니다. 2주마다 회고 문서를 정리해 CTO·CEO에게 보고했습니다. 강한 즉각 피드백은 없었지만, 그 공유가 누적되며 의사결정의 흐름을 만들어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회고 문서를 계속 공유했던 행위 자체가 2025년 2월의 방향 전환 — SI 모델 종료와 '모두의 AI' 시작 — 의 시작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모두의 AI, 마리트 크몽, AI 챔피언

AI Lab과 함께 시도한 형태는 이후 세 가지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2월, '모두의 AI'. 임직원이 자기 문제를 어떻게 AI로 풀었는지 직접 발표하는 사내 프로그램입니다. 외부 강사 대신 옆자리 동료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가설을 그대로 형태로 옮긴 것입니다.

2025년 5월, '마리트 크몽'. 사내 바운티 모델입니다. 문제를 정의한 사람과 그걸 풀고 싶은 해결자를 연결하고, 경영진이 책정한 상금을 해결자에게 지급하는 구조였습니다. "파이썬을 셀프 스터디로 배우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 는 진단에서 출발한, 리터러시가 있는 해결자와 연결해주는 우회로였습니다.

운영하면서 깨달은 가장 큰 한계는 유지보수였습니다. "내가 만들지 않으면 나는 유지보수할 수 없다" 는 사실을 동훈님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합니다. 마리트 크몽 프로젝트 중에 — 단 한 건을 빼면 — 결과물을 인계받은 문제 발견자가 그 소프트웨어를 받아 추가 요구사항이나 버그를 직접 고쳐 가며 운영한 케이스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결국 작은 에러 하나가 업무를 다시 수기 모드로 되돌려 버리는 것입니다.

그 한 건이 마리트 크몽 자체의 전제를 깨뜨렸습니다. 재무회계팀의 한 분이 비개발자임에도 파이썬 스탠드얼론 앱을 직접 만들어 자기 팀 문제를 풀기 시작한 사례입니다. 그분은 이후 AI Lab에 합류했습니다.

"이 사람이 자기 팀의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게 강력한 무기였어요."

마침 Cursor가 도약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비개발자가 자기 손으로 만든다"는 그림이 현실이 됐습니다.

2025년 8월, 'AI 챔피언'. 마리트 크몽을 폐기하고, 문제를 가진 본인이 AI 코딩 툴로 직접 푸는 형태로 넘어갔습니다.

AI Lab은 현업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같이 바꾸기 위해 실험과 전환이 가능한 임시 장치여야 한다는 게 이 세 번의 진화에서 분명해졌습니다.

문제가 뾰족한 사람은 알아서 푼다

'모두의 AI'를 운영하면서 인상 깊게 본 장면들이 있습니다.

PR팀에서는 마이리얼트립 기업 페이지를 혼자 만들어 오신 사례가 나왔고, 마케팅팀에서는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시작 전에 AI Lab에 거의 컨택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몇 개만 가져가서는 알아서 결과물까지 다 만들어 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마케팅 직군에서 나온 결과물이 항공 서비스였다는 점입니다. 보통이라면 본인 직무의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기검열이 먼저 들어오기 쉽지만, 그런 경계를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런 장면들에서 정리된 결론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1순위에 있고, 도구에 대해 가리지 않는 사람" 이 결국 잘 푼다는 것. 그리고 도구를 한정 짓는 가장 큰 변수는 자기 직무의 정의라는 것. 직무 라벨이 도구 선택의 경계가 될 때, 그 안에서 가능성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그 규정을 깰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잘했다고 동훈님은 짚습니다. 문제가 뾰족하게 정의되어 있는 사람은 결국 알아서 푼다는 게 그때 또렷해진 결론입니다.

AI Lab이 빠져도 되는 시점은 2026년에 왔다

그 감각이 또렷해진 건 2026년에 들어와서였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한 조직 전체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장면이었습니다. AI Lab과는 무관하게 일어난 변화입니다.

그 조직은 각 구성원의 업무를 전부 GitHub에 기록하고 Claude Code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옮겨갔습니다. 표현하자면 "업무 도구가 아니라 OS를 바꾼 것" 에 가까웠습니다. 진행 상황도, 의사결정도 GitHub 안에서 굴러가게 된 것입니다. 이게 정답인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한 조직 단위의 업무 방식과 도구가 통째로 바뀐 사례를 보면서 — 이게 별도 조직 없이도 가능하구나, 라는 감각이 동훈님 안에서 처음 또렷해졌습니다.

비슷한 결의 장면들이 그 즈음부터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PDF로 손으로 관리하던 조직도를 별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상시 갱신하는 흐름이 나왔고, 출퇴근 기록도 기존에 쓰던 외부 앱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 제작한 앱으로 옮겨 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AI Lab이 발제한 적도, 코치한 적도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이 정도면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겠다"는 감각이 조직 안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별도 추진 조직을 끼지 않아도 일이 굴러간다는 감각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과 일하는 모습으로 와닿았다고 동훈님은 말합니다.

1기에서 3기로, 무게중심이 개인에게 옮겨갔다

AI 챔피언 프로그램은 1기·2기·3기까지 진행됐습니다. 1기는 2025년 8월~10월, 2기는 2025년 11월~2026년 1월, 3기는 2026년 2월~4월입니다.

  • 1기는 채택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문제를 어느 정도 구체화할 수만 있다면 모두 받고 같이 멘토링하며 풀어 갔습니다. 그 결과 좌초된 프로젝트도 적지 않았고, 1기를 마무리하며 명확해진 레슨이 "임팩트와 지속성" 이었습니다. 임팩트는 비즈니스 임팩트 — 시간이 줄거나, 그동안 못 건드리던 영역을 건드려 매출 기회가 생기거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속성은 결과물이 유지되는가가 아니라 "리터러시의 지속성", 즉 그 사람이 배운 것을 자기 조직에 계속 흘려보낼 수 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 2기에서는 인턴·매니저·팀장·실장이 같은 과제를 들고 왔다면 의도적으로 더 큰 책임과 영향력을 가진 리더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리더가 자기 경험을 부하 직원에게 요구하는 것과, 인턴이 "프로세스를 이렇게 바꿉시다"라고 위로 에스컬레이션하는 것은 들어가는 노력의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는 "누구에게 집중하느냐"의 전환이었습니다.
  • 3기는 결이 또 한 번 크게 달라졌습니다. 첫째, 사람 손이 가장 적게 들어가도록 평가 자체를 AI에게 위임했습니다. 임팩트와 지속성을 사전에 평가해주는 챗봇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가능한 한 많은 신청자를 받되 채택과 통과 기준은 자동화된 평가로 거른 것입니다. 둘째, "새 앱을 만들지 말고 Claude Code 안에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보세요" 라는 원칙으로 전환했습니다. 2기까지는 정말로 소프트웨어를 — 특히 웹앱을 — 만드는 데 치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경향이 분명히 관찰됐기 때문입니다. 마침 2026년 초에 Claude Code가 업계 전반에 큰 붐을 일으키며 "Claude Code 안에서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다" 는 컨센서스가 만들어진 것도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3기에서는 Claude Code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자기 문제를 푸는 실습 교육 세션을 별도로 돌렸습니다. 같은 챔피언 프로그램이라도 이전과는 결과물의 형태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훈님이 가장 또렷하게 본 건 "조직 안의 개인이 반짝거리며 튀어나오는 현상" 그 자체였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방법론을 익힌 사람들은 그걸 자기 현업에 계속 녹여 가고, 자기 팀 동료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이건 "AI Lab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AI Lab과 무관하게 조직과 개인 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였습니다.

남은 것은 "내가 직접 푼다"는 감각이다

동훈님이 먼저 솔직하게 짚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저희가 한 일은 어떻게 보면 삽질로 산을 옮기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산을 옮기는 것과는 무관하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Claude Code가 이렇게까지 일반화될 줄도, Cursor가 비개발자들에게 이런 가능성을 열어줄 거라고도 동훈님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행했고, 거기에서 아주 작은 변화들을 감지하고 또 만들어냈다는 점에 동훈님은 무력감과 동시에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합니다. 조직에 또렷하게 남은 것의 가장 큰 지분은 사실 세상의 변화가 그들에게 준 측면이라는 것.

"'AI는 ○○○를 대체할 수 없어'라고 말하던 2년 전과, 'AI가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지금은 마인드셋과 지형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상태예요."

그래도 한 가지를 굳이 꼽는다면,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동훈님은 이 원칙을 정말로 믿는다고 말합니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그 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이다." 조직 단위로 옮겨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문제 발견 조직이 곧 문제 해결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범접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이 아닌 이상, 기능 조직보다 목적 조직이 훨씬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그는 믿습니다.

해결하는 사람과 발견하는 사람이 다르면 그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커뮤니케이션이 한 번 발생할 때마다 컨텍스트 로스가 발생합니다. 일정 조율, 회의, 후속 얼라인까지 더하면 순수 회의 시간보다 훨씬 큰 비용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내가 문제를 알고 내가 직접 푸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을 AI와 함께 풀어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떠오르는 심상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반영하면 그 과정은 한 사람의 뇌·손가락·말 안에서 일어납니다. AI는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모든 일의 가장 큰 병목은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고, AI는 그 병목을 한 사람의 머릿속으로 가져올 수 있게 해줍니다. 크로스 조직에서 일어나던 일이 한 조직 안에서, 한 조직에서 일어나던 일이 한 사람의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

"AI Lab이 사라진 뒤에도 회사에 또렷이 남아 있는 건, 바로 이 '내가 문제를 알고, 내가 AI와 함께 푼다'는 일하는 방식의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AI 리터러시는 이미 기본이 됐다

AI Lab과 챔피언 프로그램이 같은 시점에 마무리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두 가지의 미션이 본래 같은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AI Lab은 출발부터 AI 리터러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 조직이었고, 챔피언 프로그램은 그 미션을 가장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장치였습니다.

지금은 회사의 화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올해 우리의 화두는 더 이상 AI 리터러시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AI로 실제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사업 임팩트와 생산성, 두 축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AI 리터러시는 — 정말로 — 이미 기본이 됐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AI를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어떻게 안전하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자리 잡았습니다.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조직되었던 팀이 해체되고, 같은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함께 종료되는 것 — 이것이 단계가 한 단계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유연함과 빠른 실행력

AI Lab을 운영하면서 동훈님이 가장 자주 마주한 일은 과거의 자기 결정을 스스로 뒤엎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재작년 11월에 시작했던 SI 프로젝트들이 좌초되면서 한동안 "앞으로 절대 개발하지 않겠다" 고 결심했었지만, 4개월쯤 지나니 그 결심이 다시 깨졌습니다. 직접 개발하지 않으면 아예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은 핵심 영역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이리얼트립 MCP를 만든다거나, LLM이 쓸 수 있는 사내 Knowledge Base를 구축한다거나. "절대 안 한다"고 한 결정조차 몇 달 안에 무너지는 게 정상이었다고 그는 회고합니다.

지금도 비슷한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가운데 사내 표준과 워크플로우를 정립해야 한다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것. 새로운 도구와 실험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이걸 계속 따라가며 무력감에 빠져만 있으면 결국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행동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석 달 뒤에 부수더라도 일단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비슷한 형태의 조직을 만들거나 끝내려는 분들에게 동훈님이 전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 한 마디입니다. "유연함과 빠른 실행력." 어제 내린 결정을 오늘 부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함, 그리고 그 결정 위에서라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빠른 실행력.

"저 자신도 여기에 도달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2년 동안 그 방향으로 흔들리며 움직여 왔다는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직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말은, 조직이 사라진 뒤에도 결과가 회사 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상태라고 동훈님은 생각합니다.

"그 흔들림에 함께해 주신 모든 동료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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