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던 여행자들을 위한 설계: '동행매칭' 개편기
마이리얼트립 앱 내 커뮤니티의 '동행매칭'은 같은 시기에 같은 도시로 떠나는 여행자를 서로 연결하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넉 달 동안 이 서비스를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옮기고, 참여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기존 커뮤니티에는 여러 주제의 게시판이 있었고, 작업은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동행을 찾는 관심은 충분했습니다. 다만 글을 여러 개 읽고도 자기 글은 쓰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파악했고, 그래서 글을 쓰라고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설계했습니다.
이 작업은 PS(Product Strategy)팀 김경훈 님이 맡았습니다. 프로덕트 엔지니어(PE)로서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일부터 화면을 구현하는 일까지 직접 진행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판단했고, 그 판단을 어떤 순서로 확인했는지 소개합니다.
게시판 하나만 남겼습니다.
여러 게시판을 하나씩 놓고 봤을 때, 다르게 움직인 곳은 한 곳이었습니다. 동행매칭 카테고리에서는 오래 손대지 않은 동안에도 여행자들이 스스로 글을 쓰고 서로 답을 달고 있었습니다. 동행을 구하는 건 여행자들이 예전부터 알아서 해오던 행동인데, 그 흔적이 우리 게시판에도 남아 있던 겁니다.
경훈님의 판단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손대지 않아도 사람이 찾아오는 영역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계속 관리해야 콘텐츠가 올라오는 영역은 같은 노력을 들여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유 주제 게시판의 운영을 정리하고, 동행매칭을 커뮤니티의 메인 서비스로 올렸습니다. 화면도 서비스의 핵심만 남기고 덜어냈습니다. 이 선택으로 포기한 것은 커뮤니티가 다루던 넓은 주제 범위입니다. 여러 주제를 함께 담던 자리를 동행을 찾는 한 가지 목적으로 좁혔습니다.
함께 손본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 게시판 분류는 오래 정리가 필요했던 상태라, 권역·국가·도시 단위로 다시 잡았습니다. 여행자가 자기 목적지 기준으로 글을 찾을 수 있어야 동행매칭이 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 통합검색에서는 예전 콘텐츠를 추천하던 섹션을 동행을 찾는 자리로 바꿨는데, 목적지를 검색하는 시점이 동행을 떠올리는 시점과 가장 가깝다고 봤습니다.

상품에 잇지 않은 이유
동행은 우리가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도시로 가는 사람이 있어야 성립하고, 그 조건은 여행자끼리 맞춰집니다.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자리를 마련하는 것까지입니다.
여행 예약은 자주 일어나는 행동이 아닙니다. 예약과 예약 사이에 이 앱에 들어올 이유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경훈님이 커뮤니티에 요구한 조건은, 다른 입력이 없어도 사람들이 들어와 서로 연결되고 그 연결에서 콘텐츠가 자생적으로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동행 자체를 팔 수는 없어도, 동행을 찾는 사람에게 그 도시의 투어나 숙소를 이어 붙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여행 플랫폼의 커뮤니티라면 자연스러운 선택지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모이고 다시 찾아오는 상태가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걷어냈습니다.
경훈님은 동행매칭 게시판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했습니다. 동행 글을 열 개 이상 찾아본 사람 중에서도 대다수는 정작 자기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는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보기만 하는 사람이 쓰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좁혀졌습니다. 보기만 하는 사람이 콘텐츠를 남기는 쪽으로 옮겨오려면 뭐가 필요할까. 내린 답은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쓰는 말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 대부분을 '찾기'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사용자가 하는 일은 나와 맞는 동행을 찾는 것이고, 그 행동의 결과로 자기 조건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콘텐츠가 됩니다. 찾는 행동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콘텐츠를 남기는 쪽에 들어와 있게 되는 것, 그게 이 설계의 목표였습니다.
"글을 써 달라고 요청하면 대부분은 거기서 멈춥니다. 그래서 화면에서 글쓰기라는 말을 뺐습니다. 사용자가 하는 일은 나와 맞는 동행을 찾는 것 하나로 두고, 찾다 보면 참여가 되는 흐름을 의도했습니다."

게시글 옆의 카드
게시글이라는 형태 하나만으로는 콘텐츠 생산을 늘리기 어려웠습니다. 글쓰기 문턱이 게시글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건을 고르면 그대로 남는 카드를 더했습니다.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하나 더 둔 것입니다.
카드를 게시글과 같은 급의 콘텐츠로 다룹니다. 다른 여행자는 목록에 남은 카드를 보고 말을 겁니다. 게시글이 하던 역할을 카드가 그대로 합니다. 지금 이 커뮤니티에 새로 쌓이는 콘텐츠는 대부분 이 카드에서 나옵니다.
섹션 하나로 먼저
경훈님은 이 방식을 처음부터 독립된 서비스로 내지 않았습니다. 동행매칭 게시판 상단의 한 섹션으로 먼저 붙였습니다.
확인하려던 건 조건만 입력하면 되는 방식이 실제로 참여 문턱을 낮추는지였습니다. 게시판에서 본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지 않는지까지였습니다. 새 방식 앞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화면에 올려 봐야 알 수 있었습니다.
큰 화면을 먼저 마련하고 그 안을 채우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작게 붙여 확인한 뒤에 키우는 쪽을 택했고, 만약 가정이 틀렸더라도 섹션 하나를 내리는 선에서 정리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확인한 것만 키우기
경훈님은 섹션으로 운영하면서 카드를 게시글과 같은 급으로 다뤄도 되는지 확인했습니다. 카드를 남긴 사람이 다시 찾아오는 정도는 게시글을 쓴 사람과 거의 비슷했고, 대화로 이어지는 정도는 오히려 더 나았습니다. 참여 방식이 가벼워진 만큼 참여의 질이 따라 내려가지는 않았다고 읽었습니다. 그다음에 게시판 상단 섹션이던 것을 독립 서브탭으로 분리했습니다.
이때 함께 바꾼 것이 둘입니다.
- 하나는 동행 프로필입니다. 조건이 맞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서로 말을 붙일 근거가 얇았습니다. 상대가 어떤 여행을 하려는 사람인지 조금 더 볼 수 있게 했습니다.
- 다른 하나는 화면의 성격입니다. 기다리는 화면을 찾는 화면으로 바꿨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없는 화면에서는 찾는 행동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큰 화면을 내지 않았습니다. 섹션 하나로 먼저 붙여 보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 다음에 판단했습니다. 확인이 끝난 것만 키웠습니다."
넉 달, 다섯 가지
넉 달 동안 다섯 가지를 냈습니다. 구 게시판 정리, 통합검색 섹션 개선, 게시판 분류 재정리, 같은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동행 서비스, 그리고 조건을 골라 동행을 찾는 방식입니다.
경훈님은 이 주기를 짧게 가져가기 위해 AI 기반 개발 하네스를 직접 구축해 씁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는 작업은 하네스 안에 자동화해 두었습니다. 여러 도구를 각각 열어 옮겨 다니는 방식 대신, 작업 맥락을 한곳에 모아 두고 필요한 단계를 불러 쓰는 형태로 통합했습니다. 판단이 필요한 일은 남겨 두고, 반복되는 일만 넘겼습니다. 하네스를 다루는 일의 대부분은 무엇을 자동화에 넘기고 무엇을 직접 들고 있을지 가르는 일이었습니다.
여행자들이 기대하는 것
경훈님은 요즘 카드가 왜 매일 쌓이는지를 들여다봅니다. 카드는 출시 직후에 잠깐 늘고 그친 게 아니라 그 뒤로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처음에 세운 기준이 '다른 입력이 없어도 콘텐츠가 생기는가'였는데, 카드는 지금 그 기준을 충족하며 쌓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조건을 고르는지는 계속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 다음에 무엇을 내야 할지도 정리될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