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먼저 AI를 만졌을 때, 조직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AI 챔피언 8번째 이야기 — T&A실 일본팀 최승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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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먼저 AI를 만졌을 때, 조직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AI 챔피언 8번째 이야기 — T&A실 일본팀 최승모 팀장

AI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비슷한 반응이 반복됐습니다.

“우리 업무는 좀 다르다”, “개발 조직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라는 말이었죠. T&A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일즈, 제휴, 기획, 운영이 복합적으로 얽힌 조직 특성상 업무를 정형화하기 어렵고 변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AI는 흥미로운 주제이긴 했지만, 당장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도구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기술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였습니다.

T&A실은 빠르게 확장됐습니다. 인원은 늘었고 각자 맡은 역할도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프로모션 하나를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확인해야 할 자료는 늘어났고, 중간 조율 비용도 커졌습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정작 세일즈나 전략처럼 사람이 집중해야 할 영역에 쓰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일본팀 팀장 최승모 님은 이 지점을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봤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구조 안에서 반복 업무에 붙잡혀 있다고 판단했죠.

AI를 외치기 전에 리더가 먼저 손을 대다

AI 도입 논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승모님은 팀원들에게 AI 사용을 강요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직접 업무에 AI를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해보지도 않은 방식을 조직에 요구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개발자가 아니었고 코딩 경험도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의 AI 도구 환경은 완벽한 기술 이해보다 직접 만져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업무부터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 출발점은 프로모션 결과 보고서였습니다.

늘 늦고, 늘 비슷했던 보고서

보고서 작성 과정은 거의 고정돼 있었습니다. 여러 시트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취합하고 KPI를 정리한 뒤 슬라이드에 문장으로 옮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이 개입되는 지점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정해진 기준에 맞춰 수치를 옮기고 형식을 맞추는 일이 대부분이었죠. 승모님은 이 작업을 보며 이걸 사람이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AI를 붙이기 전에 먼저 한 일은 데이터 구조 정리였습니다.

각자 관리하던 구글 시트를 하나의 구조로 묶었고 KPI 정의를 통일했습니다.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지, 어느 시점의 데이터를 사용하는지부터 다시 맞췄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이후 자동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사람도 헷갈리는 구조를 AI가 대신 이해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구현은 ‘멈추지 않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구조가 정리된 뒤에야 기술을 붙였습니다.

구글 시트와 빅쿼리를 연결해 KPI 데이터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도록 했고, 앱스 스크립트를 활용해 반복되던 데이터 취합 과정을 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Clasp를 도입하면서 스크립트 수정과 배포의 부담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작은 수정 하나에도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 구조로 바꾼 뒤에는 “일단 고쳐보자”는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AI를 붙였습니다. 단순 요약이 아니라 정리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고서에 늘 들어가던 질문, 즉 성과의 특징과 이전 대비 변화, 다음 액션에 대한 초안을 생성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다만 판단과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하도록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AI가 판단까지 대신하게 만들 경우 오히려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완성도가 아니라 ‘지금 쓸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초기 결과물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표현이 어색한 부분도 있었고 사람이 손을 봐야 하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명확히 잡았습니다. 완벽한 자동화가 아니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가였습니다.

사람이 수정한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쌓았고, 그 누적된 결과를 기준으로 AI의 출력도 점점 안정됐습니다. 이 과정은 한 번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보고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분명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느껴진 변화는 팀의 질문이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 대신 “이 지표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뭘까요”, “다음엔 이런 시도도 가능하지 않을

까요”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반복과 정리에서 벗어나 판단과 해석에 에너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AI 리더십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까웠다

이 사례에서 AI 리더십은 기술 숙련도를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리더가 먼저 해보고 실패를 감수하는 태도였습니다.

승모님이 직접 만들고 막히고 완성도가 떨어진 결과를 공유하자 AI는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시도해볼 수 있는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팀원들은 스스로 자동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시작했죠.

이 변화가 일어난 건 누군가 먼저 구조를 다시 보고 직접 손을 대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자연스럽게 리더에게서 시작됐습니다.

조직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 조직이 바뀔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보는 것, T&A는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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