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에이전트를 향해: AI가 바꾼 개발의 문법

AI 개발 패턴의 진화와 실무 적용기 ② - AI Lab 리더 이동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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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에이전트를 향해: AI가 바꾼 개발의 문법

AI 개발 패턴의 진화와 실무 적용기 ② — AI Lab 리더 이동훈 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동훈 님의 하루는 코드 리뷰와 배포 일정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는 IDE보다 Claude Code을 더 자주 들여다봅니다.

“예전엔 개발자가 코드의 주체였다면, 이제는 AI와 함께 ‘일의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개발자로 일해 온 그는 지금 마이리얼트립 AI Lab을 이끌며, 조직이 AI를 ‘도입하는 법’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도록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사 AI 노하우 전파 세션 — ‘모두의 AI’ 발표에서 동훈 님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일의 문법을 다시 쓰게 만드는 동료라는 점입니다.

자동완성에서 채팅으로, 그리고 에이전트로

AI 개발 패턴의 흐름은 지난 4년간 극적으로 진화했습니다.
Autocomplete → Copilot Chat → Agent → Multi-Agent Team.

2021년의 자동완성은 함수명과 주석을 단서로 코드를 예측해 생산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사람

의 의도를 코드 안에 반복해서 남겨야 했죠.

2023년, 채팅 인터페이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개발자는 코드 밖에서 요구사항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AI는 대화를 통해 문맥을 이해하고 더 정교한 코드를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행과 검증은 여전히 사람이 맡아야 했습니다.

“채팅이 문맥을 넓혔지만, 적용과 테스트는 여전히 사람이 떠맡아야 했죠.”

이후 2024년에 들어서면서 변화는 한층 명확해졌습니다. 지시와 반영, 실행과 검증이 하나의 루프로 닫히기 시작했습니다.

Cursor의 YOLO Mode는 이 전환을 상징했습니다.
사용자가 지시를 내리면 AI가 여러 파일을 동시에 수정하고 코드를 실행한 뒤, 결과를 검증하고 스스로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복사와 붙여넣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열린 것입니다.

“명령을 내리고 실행 결과를 확인한 뒤 코드를 다시 고치는 과정이 몇 번씩 반복됩니다. AI 가 능동적으로 이 루프를 돌면서 코드 품질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2025년에는 본격적으로 여러 에이전트가 팀으로써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명확한 작업 지시서만 있으면, 여러 에이전트가 백엔드에서 병렬로 코딩·테스트·PR 생성까지 굴러갑니다. vibe-kanban 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정교한 작업 지시서입니다.

서비스 코드 밖에서 열린 레거시 기회

“저는 인프라를 관리해왔고, 레거시 없는 환경에서 제로투원을 수도 없이 반복했어요.”

동훈님은 주로 인프라·도구 개발에 집중해 왔고, 서비스 코드베이스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3년 동안 만든 애플리케이션이 300개가 넘지만, 지금 쓰는 건 10개 미만. 대부분 일회용 실험물이었고, 여기서 사용하는 방법론을 다른 개발팀에 적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직무 확장 프로그램에서 Android 개발을 배우며 팀의 Task 를 하나씩 받아서 처리하기 시작하며 기회를 찾았습니다. 첫번째 Task 는 “메인 숏컷 영역의 두 줄 고정을 서버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적으로 바꾸기.” 였습니다.

즉, 서버가 내려주는 섹션 유형과 메타데이터(행 개수)를 앱이 받아 UI를 동적으로 렌더링하게 만드는 일. 여기서 막혔던 건 “이 섹션 유형이 어디서 매핑되고, 두 줄 고정은 어디에 박혀 있으며, 해당 컴포넌트의 행 수를 어디서 바꿔야 하느냐”였습니다.

동훈님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차근차근 해나가며 분석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 “두 줄 레이아웃을 어디서 결정하는지 알려줘.”
  • “섹션 타입이 추가됐을 때, 새 컴포넌트 매핑은 어디서 하죠?”
  • rowCount 같은 메타는 어떤 경로로 전달·참조돼?”

스펙 주도 개발, 실무에 적용해 보기

“분석 끝. 이제부터는 구현 계획 문서 단계로 넘어왔어요.”

동훈님은 분석을 끝내고 채팅을 새 세션으로 열어, 구현 계획 문서를 만드는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컨텍스트 길이 한계를 피하려고, 대화가 길어지면 문서 파일로 결과를 기록하고 다음 세션에 그 문서를 멘션하는 방식으로요. 대화 컨텍스트 한계가 도달하여 압축(compaction)이 일어나 기존 대화의 의도가 흐려지는 걸 막은 거죠.

구현 계획은 1→6단계로 나뉘고, 마지막에는 검증 방법이 붙었습니다. 롤백 계획/성능 테스트/추가 고려사항 같은 항목도 자동으로 채워졌지만, 곧 롤백 계획이나 성능 테스트 등 일부 항목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검증 방법 또한 각 단계별로 주어지는 것이 더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구현 계획 문서를 보며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합니다. 바로 실제 구현된 코드 조각이 문서 안에 들어있었던 거죠. 동훈님은 이런 디테일이 굳이 필요하지 않음을 직감했습니다. 가독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AI 가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막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멀티 에이전트 팀의 가능성

동훈 님의 다음 실험은 병렬 협업이었습니다. 디테일한 스펙이 있다면 굳이 인간이 채팅에 개입하지 않고, 코딩 에이전트를 여러 대 한꺼번에 돌릴 수 있게 되는거죠.

실제로 vibe-kanban 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이런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칸반 보드의 티켓에 작업 지시서를 작성하고 Start 버튼을 누르면, 백엔드에서 Claude Code 등의 코딩 에이전트가 코딩과 테스트를 반복하며 작업을 시작합니다. 각 에이전트는 변경 내역을 요약해 공유하고, 개발 서버에 배포하며, 필요할 경우 Q&A를 통해 미세 조정을 거친 뒤 PR(Pull Request)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Vibe Kanban

“버튼 하나를 누르는 순간, 백엔드에서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팀’의 개념이 사람을 넘어가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이 구조를 팀 단위로 확장하면 방향은 선명해집니다.
금요일 퇴근 전에 수십개의 작업을 걸어두고, 월요일 아침 수십 개의 PR을 받아 리뷰하는 그림. 멀티 에이전트 팀이 실제 개발의 새로운 단위가 되는 순간입니다.

지시 — 실행 — 검증, 일의 구조가 바뀌다

에이전트가 강해질수록 사람의 일은 앞단과 뒷단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앞단에서는 더 정교하게 작업 지시서를 설계하고, 뒷단에서는 리뷰와 검증을 통해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죠.

“작업 지시서는 아주 정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코드베이스가 쉽게 망가질 수 있습니다.”

개발은 이제 지시 — 실행 — 검증의 루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AI가 코드를 짜고 실행하고 검증하는 동안, 사람은 그 루프의 정확성과 품질을 보장하는 책임을 맡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일의 구조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는 변화입니다.

AI 챔피언 제도, 조직 전체로 번지는 변화

이 변화는 개인의 실험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동훈 님은 AI Lab 리더로서 AI 챔피언 제도를 통해 전사적인 AI 리터러시 확산을 이끌고 있습니다.

AI 챔피언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챔피언은 이후 코치로 참여해 다음 기수를 이끌고, AI Lab은 실전 학습과 실험 과정을 함께 지원합니다.

“AI 리터러시는 코딩 스킬이 아니라 상상력의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도구를 보고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느냐가 결국 차이를 만듭니다.”

마이리얼트립이 실험하는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협업 문화입니다.

일의 문법을 바꾸는 기술

“AI는 저를 계속 자극해요. ‘나는 이미 준비돼 있는데, 왜 아직 나를 부르지 않느냐’는 느낌이죠.”

동훈 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에게 AI는 일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동료였습니다.

이 여정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의 구조와 사고방식을 다시 설계한 이야기입니다.
AI는 그의 손끝에서 단순한 코드 도구를 넘어 ‘조직의 사고를 바꾸는 언어’가 됐습니다.

결국 그가 실험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였습니다.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이동훈 님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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