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 재무실장의 AI 에이전트 구축 일지

-재무관리실 이승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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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얼트립 재무실장의 AI 에이전트 구축 일지

이승길님은 개발자가 아닙니다. 12년차 회계/재무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6일 만에 26명의 AI 전문가 팀을 구축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 재무관리실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재무 업무는 매일 반복되는 도전입니다. 회계기준서 를 찾고, 세법 예규를 확인하고, 법령 조문을 조회하는 일. 한 건의 질문에 답하려면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반나절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전문 회계법인에 자문을 의뢰하면 빠르지만, 모든 질문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Claude Code라는 도구로 자신만의 AI 참모진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을 “바이브코딩”이라고 부릅니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게 아니라, AI와 대화하면서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방식이죠.

첫째 날, 8개의 스킬을 만들다

3월 25일, 승길님은 Claude Code를 처음 본격적으로 만져봤습니다. 개발 경험이 없으니 불안했지만, 작은 것부터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 한 일은 “스킬”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스킬이란 특정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매뉴얼 같은 것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문서로 정리하는 스킬, 슬랙 채널을 요약하는 스킬, 회사 위키를 검색하는 스킬을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8개의 스킬이 생겼습니다.

그날 밤, 조금 더 큰 것에 도전했습니다.

회의록 자동분석 시스템이었죠. Google Meet에서 녹음된 회의가 끝나면, AI가 자동으로 내용을 분석해서 정리된 문서를 만들고, 슬랙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입니다. 정기적으로 새 회의록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승길님의 컴퓨터가 꺼져 있어도 클라우드 서버에서 독립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 첫 번째 “서브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스킬이 “어떻게 하라”는 매뉴얼이라면, 서브에이전트는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계약서를 검토하는 계약검토 에이전트, 회계 기준을 해석하는 회계자문 에이전트, 주요 업무 요건을 점검하는 점검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하루 만에 7개의 재무 전문 에이전트가 생겼습니다.

둘째 날, KIFRS 연동에 도전하다

3월 26일은 승길님이 개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하게 느낀 날이자, 동시에 “비개발자도 할 수 있구나”를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회계 업무를 하다 보면 항상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를 참조해야 합니다. KIFRS 회계기준서를 AI가 참조할 수 있도록 연동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기준서 조회, 문단 검색, 질의회신 목록을 Claude Code가 호출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테스트해보니 IFRS 1115호(수익인식) 기준서 항목들과 질의회신이 바로 조회됐습니다.

같은 날, DART OpenAPI도 연동했습니다. DART는 공식 API가 있어서 훨씬 수월했습니다. 관심 기업들의 공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자동 실행되고, 중요 공시가 있으면 슬랙으로 알림이 옵니다.

둘째 날이 끝날 무렵 에이전트는 9개, 연동된 API는 2개가 됐습니다.

셋째 날, 정산 구조를 해부하다

3월 27일에는 settlement-analyst(정산분석)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항공, 호텔, 투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데, 각각 정산 방식이 다릅니다. 주정산, 보름정산, 월정산. 직접 결제, 현지 결제, 후불 결제. 이 복잡한 구조를 하나의 에이전트가 파악하고 있으면 업무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먼저 회사 Confluence 위키와 연동했습니다. 회사 위키의 다양한 정산 프로세스 문서들을 에이전트가 참조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실무 프로세스가 에이전트의 지식이 됐습니다.

그리고 세법 예규 검색 시스템과도 연동했습니다. 이제 세무 관련 질문에 대해 예규와 판례를 바로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셋째 날이 끝나고 에이전트는 19개, API는 3개가 됐습니다.

넷째 날, 21개 에이전트를 전부 MRT에 맞추다

3월 28일, 승길님이 내린 결정이 있었습니다. “범용 템플릿을 쓰지 말자.”

처음 에이전트를 만들 때는 GitHub에 공개된 템플릿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좋은 출발점이었지만, 마이리얼트립 맥락에 안 맞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21개 에이전트 전부를 마이리얼트립 재무관리실에 특화된 형태로 다시 작성했습니다.

회계자문 에이전트에는 KIFRS와 samili를 1순위 참조 소스로 지정했습니다. 세무자문 에이전트에는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키워드를 등록했습니다. 내부통제 에이전트에는 K-ICFR(내부회계관리제도)과 COSO 프레임워크를 넣었습니다.

중요한 건 “출처를 달아라”는 규칙이었습니다. AI가 답변할 때 “[KIFRS 1115호 B35]” 같은 태그를 붙이도록 강제했습니다. 근거 없는 답변은 쓸모가 없습니다. 출처가 있어야 승길님이 직접 판단할 수 있고, 필요할 때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regulation-alert 스킬을 만들었습니다. 내부회계, 공시, 세법 관련 규정 변경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입니다. 삼일아이닷컴, K-ICFR 홈페이지, 금감원 보도자료를 매주 스캔하고, 변경 사항이 있으면 슬랙으로 알려줍니다. AI가 영향도를 판단해서 “긴급”, “주의”, “참고”, “무관”으로 분류해줍니다.

다섯째 날, 재무 관리 대시보드를 만들다

3월 29일, 본격적으로 재무 관리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마켓플레이스를 둘러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에이전트 중에서 필요한 게 있는지 확인한 것이죠. 약 145개 에이전트 중 3개를 골랐습니다. fintech-engineer(결제시스템), risk-manager(리스크관리), business-analyst(사업분석). 이것들도 마이리얼트립에 맞게 전면 재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업무 점검 대시보드를 만들었습니다. Google Sheets로 구성했습니다. CFO 요약, 주요 업무 마일스톤과 검토 사항 추적. 여러 에이전트가 병렬로 검토하면서 추가 마일스톤을 발견했습니다.

tech-advisor 에이전트도 만들었습니다. 비개발자인 승길님을 위한 CTO 역할입니다. 새 도구를 도입할지 말지, 기존 도구를 업그레이드할지 말지, 기술적인 개념을 설명해달라. 이런 질문에 답해주는 10년차 시니어 수준의 기술 참모입니다.

다섯째 날이 끝나고 구축 수준 평가를 받았습니다. A등급이었습니다.

여섯째 날, A+로 가는 길

3월 30일과 31일,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습니다.

법령 API를 연동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API를 신청했는데, 마침 이때 승인이 났습니다. 법인세법, 상법, 민법 등 재무 업무에 필요한 법률 조문을 직접 조회할 수 있게 되면서, 6개 에이전트에 법령 참조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제 회계 기준(KIFRS) + 세법 예규(samili) + 법률 조문(법령API) + 전자공시(DART)를 교차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조직도도 정리했습니다. 에이전트가 26개나 되니까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최상위에 multi-agent-coordinator(조율자)를 두고, 그 아래 tech-advisor(기술총괄), 공유 인프라 에이전트들, 승길님 직할 에이전트들, 재무관리실 팀별 에이전트들을 계층 구조로 체계화했습니다.

Weekly Brief 스킬도 만들었습니다. 재무관리실 주간 리더미팅 회의록을 CFO 1on1용 브리핑 문서로 자동 변환하는 것입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슬랙 리마인더가 오면, 이 스킬을 실행해서 지난주 회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3월 31일 최종 평가. A+ 등급이었습니다.

26개 에이전트가 하나의 참모본부가 되다

6일간의 여정을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서브에이전트 26개. 커스텀 스킬 21개. 자체 구축 API 5개. 자동화 파이프라인 4개(회의록 분석, 공시 모니터링, 신규사업 모니터링, 규정 변경 알림). 주요 업무 마일스톤과 검토 사항 추적 대시보드.

처음에는 “도구를 모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3일차쯤 되니 “재무 자문팀”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형 회계법인 수준의 전문가 집단이 돕는 느낌이었죠.

6일차가 되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회계, 세무, 법률, IR, IT, 사업분석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교차 연동되는 구조. 대기업 CFO 오피스에서도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재무 자문팀”이 아니라 “재무관리실 참모본부”가 된 것입니다.

비개발자도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다

이 경험에서 승길님이 배운 것이 있습니다.

코드를 직접 수정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구조를 설계하고, 연동을 지시하는 것은 할 수 있었습니다. “multi-agent-coordinator를 다른 곳에 배치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느낄 수 있었고, “법령 API를 6개 에이전트에 동시에 연결해”라고 지시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브코딩 수준으로 따지면 Lv.4+입니다. Lv.5(코드를 읽고 직접 수정)에는 못 미치지만, 단순히 “이거 해줘”라고 요청하는 Lv.1~2와는 다릅니다. 아키텍처를 재설계하고, 교차 연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보안 이슈를 감지하는 수준입니다.

“AI Native 전환이 개발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렸습니다. 문제 정의 능력의 문제입니다.”

“이 업무에 뭐가 필요하지?”를 알면, AI가 만들어줍니다. 12년간 회계와 재무를 해온 경험이 6일 만에 26개 에이전트로 구현된 것입니다.

아직 B 수준인 영역이 있습니다. 실시간 숫자 분석입니다. 현재는 FP&A 실수치를 직접 계산하거나 비교하려면 매번 시트를 조회해야 합니다. 데이터 시스템 연동이 완성되면 이 부분도 자동화될 것입니다. 데이터 에이전트 팀과 협업이 진행 중입니다.

매월 실적 브리핑을 자동화하는 monthly-close 스킬, 감사 시즌 대응을 효율화하는 audit-prep 스킬도 다음 목표입니다.

6일 만에 참모본부를 만들었으니, 다음 6일에는 뭘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시작하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으니, 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결국 해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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