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6명을 고용했습니다”: 영업담당자의 B2B CRM 구축기

AI 챔피언 13번째 이야기 — 그로스실 제휴사업팀 조효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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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6명을 고용했습니다”: 영업담당자의 B2B CRM 구축기

AI 챔피언 13번째 이야기 — 그로스실 제휴사업팀 조효원 님

300건의 콜드메일을 보냈습니다. 돌아온 답장은 3건. 회신율 1%.

마이리얼트립 제휴사업팀이 지난 1년간 B2B 영업을 하며 마주한 현실이었습니다. 리드 확보가 노동이고, 관리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성과가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시장의 CRM 솔루션은 너무 무겁고, 내부 개발 리소스를 받기엔 우선순위가 낮았습니다. 그래서 영업담당자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Cursor로 바이브 코딩을 시작하고, PM, BE, FE, QA, Ops, Ask까지 6개의 에이전트를 병렬로 운영하며 E2E 영업 자동화 솔루션을 구축한 이야기입니다.

300건을 연락해서 3건의 회신을

제휴사업팀의 휴양소 영업은 지난 1년간 약 14곳의 법인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대부분은 지인 소개, 즉 리퍼럴 기반이었습니다.

체계적인 영업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보자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국내 법인 DB를 확보하고, 홈페이지와 채용공고에 공개된 공식컨택채널을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300개의 이메일 주소를 모아 마이리얼트립 서비스를 소개하는 메일을 발송했습니다.

“회신율이 1% 미만이었어요. 타겟팅 자체가 너무 불명확했고, 누구에게 연락했고 언제 답장이 왔는지 관리도 안 됐습니다.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었어요.”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리드 확보 자체가 노동이었다는 것. 그리고 확보한 리드를 관리할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 지속 가능한 영업 파이프라인 구축이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영업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솔루션은 우리에게 맞지 않았다

B2B 영업 자동화 솔루션은 시장에 많습니다. 문제는 기존 CRM 솔루션들이 마이리얼트립 제휴사업팀의 상황에 맞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존 솔루션은 기능이 너무 많았습니다. 고도화된 CRM 기능은 비용도 높았습니다. 내부 개발팀에 요청하기에는 사업과 직결되지 않는 백오피스 성격의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 CRM은 너무 무겁고, 우리 비즈니스에 맞는 커스텀 기능과 DB가 없었어요. 개발팀 리소스를 쓰기엔 과한 것 같았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효원님의 선택은 AI 코드 에디터 Cursor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이었습니다. 기획자가 직접 MVP를 빠르게 구축해서 사용하는 것. 리드 발굴부터 메일 발송, 회신 추적, 대시보드 관리까지 E2E(End-to-End) 영업 자동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한 번에 다 만들려다 무너지다

야심 찬 계획이었습니다. 구현하려던 기능 목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기업 DB 구축: 컨택 포인트, 기업 정보, 복지제도 현황
  • 구글 로그인: 팀원 및 임직원 접근 권한 관리 (편집권한/관리자권한 분리)
  • 메일 시스템: 솔루션 내에서 직접 메일 발송, 스레드 추적, 히스토리 기록
  • 파이프라인 관리: 리드 수집 → 제안 발송 → 미팅 → 계약 진행 → 계약 체결/실패

MVP를 만드는 것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기능이 많아지면서 시작됐습니다. “A → B → C”라는 정해진 성공 경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오류가 생겼습니다. 프롬프트를 주면 에이전트가 맥락을 잃고 무한 루프(Infinite Loop)에 빠지거나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켰습니다.

“프롬프트를 날렸는데 계속 똑같은 방법으로 작업을 반복하는 거예요. 루프를 돌린다는 게 그런 거죠. 그걸 빨리 캐치해서 다른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중요했어요.”

기능은 늘어났지만, 확신은 줄어들었습니다.
뭔가 만들고는 있었지만, 이게 과연 ‘쓰게 될 물건’인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업무 매뉴얼을 쥐여주다

과제 완료 기한이 촉박했습니다. Cursor에서 하나의 에이전트로 프롬프트를 날리고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효원님은 에이전트를 여러 개로 나눠 병렬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Cursor에서 보통 안 하는 작업이라고 하더라고요. 덮어쓰거나 하는 리스크가 크다고. 근데 저는 과제를 빨리 해결하고 계속 디벨롭하고 싶었어서 병렬로 만들었어요.”

병렬 에이전트의 장점은 속도입니다. 단점은 각 에이전트가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역할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개발팀처럼 에이전트에 역할(Persona)을 부여했습니다. PM 에이전트, 백엔드 에이전트, 프론트엔드 에이전트, QA 에이전트, 문서화와 배포를 담당하는 Ops 에이전트. 그리고 질문만 전용으로 받는 Ask 에이전트까지. 각 에이전트마다 MD 파일을 만들어 역할을 명시했습니다.

핵심은 공통 룰북(Rulebook)이었습니다.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컨텍스트를 담은 MD 파일을 만들고, 모든 에이전트가 이 파일을 먼저 읽도록 설정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 거야”라는 맥락을 공유한 뒤, 각 에이전트별 가이던스 문서로 세부 역할을 지정하는 구조입니다.

“프론트엔드는 너 이거 해. 백엔드는 여기까지만 해. 이렇게 역할을 스트릭트하게 주는 프롬프트를 계속 날렸어요. 에이전트가 역할을 침범하거나 오버라이팅하지 않도록요.”

이 구조의 또 다른 장점은 확장성입니다. 신규 프로젝트에도 동일한 에이전트 구조를 복제해서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프롬프트가 길어지면 터진다

에이전트를 분리해도 문제는 남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프롬프트가 길어지니 에이전트에서 오류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동작하지 않거나, 작업 결과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팔로업 업무도 늘어났습니다.

“프롬프트가 너무 길어지니까 터져가지고 한 번 낭패 본 적 있었거든요. 그래서 역할을 더 쪼갰어요. 한 에이전트에 들어가면 로딩도 길어지고 느려지니까.”

복잡한 대화를 단순화하는 프로토콜을 설계했습니다.

인박스 문서: 작업 결과 요약 보고 체계

각 에이전트가 작업을 완료하면, 인박스 문서에 결과를 요약해 보고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문서 하나만 확인하면 각 에이전트가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작업이 완료됐는지 혹은 이슈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에이전트별 대화창을 일일이 열어보거나 복잡한 프롬프트를 다시 입력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체 작업 흐름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키워드 트리거: 반복 작업 자동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는 인박스 업데이트, 로그 기록, 배포 등 사이클마다 반복되는 작업 패턴이 존재했습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저장·아카이빙하기 위해, 반복 작업을 키워드 기반 트리거로 정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문서 업데이트 해줘”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사전에 정의된 프롬프트가 자동 실행되어 문서 정리, 상태 업데이트, 관련 로그 기록까지 한 번에 처리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개입해 순차적으로 처리하던 반복 업무를 단일 명령으로 자동화할 수 있었습니다.

치트시트: 프롬프트와 명령어 레퍼런스

에이전트가 “사람의 판단이나 직접 작업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업무 중에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도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매번 검색하거나 에이전트에게 다시 질문하지 않도록, 치트시트 형태의 md 문서를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이 문서에는 자주 사용하는 프롬프트, 작업 규칙, 개발 환경 설정 관련 참고 사항을 정리해 두었고, 필요 시 에이전트에게 직접 업데이트를 요청해 지속적으로 보완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처리하기 어려운 작업이나 예외 케이스를 기록해 두고, 그대로 복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입니다.

실제로 만든 것: 파이프라인부터 메일 발송까지

구축된 솔루션의 주요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글 로그인 기반 접근 권한

효원님뿐 아니라 팀원 전체가 로그인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직원도 구글 로그인으로 접근 가능하며, 편집권한과 관리자권한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파이프라인 대시보드

기업들이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리드 수집, 제안 발송, 미팅 진행, 계약 진행, 계약 체결 또는 실패. 각 기업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이프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기업 정보 카드

기업 기본 정보(회사명, 업종, 규모)와 함께 컨택 포인트 정보가 저장됩니다. 여러 명의 컨택 포인트를 등록할 수 있고, 주요 컨택 포인트를 지정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향후에는 해당 기업의 복지제도 현황까지 저장할 예정입니다.

솔루션 내 메일 발송

기업 정보 카드에서 바로 메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템플릿을 설정해두면 첫 메일, 팔로업 메일 등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고, 캘린더 연동 시 빈 일정에 맞춰 미팅 일정을 추천받아 메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메일 발송 시 파이프라인 상태가 자동으로 ‘제안 발송’으로 변경되고, 타임라인에 소통 히스토리가 기록됩니다.

복지담당자 대신 IR담당자를

리드를 확보하는 방식도 바꿨습니다. 무작위로 기업 정보를 검색하는 대신 Deep Research를 활용해 고품질 리드를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Cursor를 통해 DART(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정보를 api로 받아오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유의미한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ChatGPT, Gemini, Claude 같은 LLM의 Deep Research 기능을 활용해 기업 정보와 담당자 연락처를 수집한 뒤, 솔루션에 임포트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흥미로운 전략이 있었습니다. 복지담당자를 바로 찾는 것이 아니라 IR담당자를 먼저 찾는 것입니다. 이 선택 하나가, 이후 전환율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복지담당자 컨택 포인트가 웹사이트에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IR담당자는 공시 의무 때문에 연락처가 공개되어 있거든요. IR담당자를 통해서 복지담당자를 소개받는 게 전환율에 가장 유의미하게 영향이 있었어요.”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영업의 맥락을 이해한 선택이었습니다.

AI는 메일 발송 후 회신 여부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메일이 오지 않으면 팔로업 메일을 보낼 건지 알림을 쏘고, 파이프라인 단계에 따라 다음 액션을 추천합니다. 타겟 정보 수집부터 상태값 관리, 다음 액션 제안까지. AI가 떠먹여주는 구조입니다.

고객의 운영 부담을 제거하면 계약이 성사된다

영업 현장에서 만난 고객사 담당자들은 두 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기존 휴양소 시설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 이미 유형자산으로 보유한 시설에 비용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대체하는 형태로 마이리얼트립 서비스를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담당자의 업무 부담. 대기업의 복지담당자는 보통 한두 명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 예약 관리, 배정 업무 같은 운영 리소스가 늘어납니다. “도입하면 좋은 건 알겠는데 공수가 너무 많이 들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바이브 코딩으로 고객사 내부 프로세스에 딱 맞춘 자동화 관리 도구를 제작해서 제안하는 거예요. 기존 것과 병용해서 마이리얼트립을 도입해보세요. 대신 귀찮은 운영 업무는 저희가 만든 맞춤형 툴이 다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도입 장벽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락인 효과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영업담당자가 직접 자동화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니, 이런 제안이 가능해졌습니다.

리소스 한계를 기술로 극복

제휴사업팀은 세 명입니다. 항상 리소스가 부족하다는 변명이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 한계를 기술로 극복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거 자동화되면 좋겠다, 근데 개발 리소스 어떻게 받아?’ 이랬는데, 이제는 내가 일단 해보고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반응이 너무 좋긴 해요.”

현재 Phase 1(영업 자동화)은 완료됐습니다. Phase 2에서는 비즈니스 세팅, 예약 운영 관리, 정산 및 결제 처리 자동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Phase 3에서는 구축된 Key-man DB를 기반으로 출장, 인센티브 트립 등 다른 B2B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효원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AI의 심리적 장벽을 넘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에요. 한번 넘으니까 뭐든지 일단 해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되든 안 되든 내가 뭔가 해보면, 막막하던 게 사라지니까요.”

마이리얼트립에서 이렇게 영업 전문가 출신의 AI 챔피언이 탄생했습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코드를 몰라도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면 AI는 ‘도구’가 아니라 ‘팀’이 됩니다.

효원님의 프로젝트는 비개발자가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아니라, 실무자가 기술을 끌어와 문제를 해결한 사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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