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다시 개발자가 되다
CTO가 직접 만든 온디맨드 서비스의 탄생기
2025년 초, 마이리얼트립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름하여 “온디맨드 현지도우미”. 여행자가 낯선 도시에서 실시간으로 가이드를 호출하고, 근처에 있는 현지인이 도우미로 연결되어 여행을 도와주는, 말 그대로 ‘여행판 우버’ 같은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초로 시도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개발 리소스였습니다. 당장 여기에 전담할 수 있는 개발자가 없었죠. 예전 같았으면 인력을 채용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해 프로젝트를 미뤘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내가 직접 개발해보자.”
제가 마이리얼트립에 합류한 이후 실무 개발은 거의 4년 만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조직과 구조, 기술 방향을 잡는 역할에 집중해 왔죠. 그런데도 직접 개발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리소스를 채우기 위함만은 아니었습니다.
AI 시대, 개발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몸소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프로토타입부터 시작된 AI 도구와의 협업
디자이너가 그려준 UX 플로우를 기준으로 웹 기반 프로토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백엔드는 그래도 익숙했지만, 클라이언트 개발은 정말 막막했습니다. 제가 알던 웹 개발은 프리마커(Freemarker) 수준이었고, React나 Next.js는 사실상 처음이었습니다.
이때부터 AI 개발툴인 Cursor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세팅부터 로그인 페이지, 지도 API 연동까지 — 커서는 마치 옆에서 함께 일해주는 페어 개발자 같았습니다. 디자이너가 작성한 피그마에서 html 소스를 받은 다음 “Next.js로 로그인 페이지를 만들고 아래 html 코드 형태로 스타일링해줘”라고 말하면, 금세 코드와 설명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지도 기능이었습니다. 구글 맵을 모바일 웹에 최적화된 형태로 띄우고 마커를 찍는 일은 저에겐 꽤 까다롭게 느껴졌던 작업인데, AI에게 설명하자 마치 마법처럼 구현됐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 웹 개발도 내가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죠.
물론 AI가 완벽한 건 아니었습니다. 종종 의도와 다른 코드를 제시하거나, 문맥을 놓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명확한 질문을 던지고, 기술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완성한 프로토타입은 내부 경영진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작은 팀, 빠른 실행, 그리고 다시 AI
팀은 정말 작았습니다. 저(BE), 디자이너, iOS 개발자, Android 개발자. 단 네 명.
PM도 없었고, 사업개발 인력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덕분에 모든 구성원이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며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자,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겪지 않았던 기술적 난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회사의 다양한 내부 시스템(회원가입, 결제, 인증 등)과의 연동은 새롭게 개발하는 것보다 더 까다롭기도 했습니다.
이때도 AI가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API와의 연동이 필요할 때 문서만 보고 DTO를 만들거나, 예외처리 로직을 짜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는 커서에게 포맷과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바로 코드를 생성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사내의 다른 레포지토리에서 처음 보는 코드베이스를 수정해야 할 때도, “이 프로젝트 구조 설명해줘”, “여기서 온디맨드과 관련된 로직을 추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으면 AI가 맥락을 빠르게 파악하고 작업을 도와줬습니다.
총 10개 가까운 사내 저장소를 수정했는데, 그중 7개는 AI 덕분에 빠르게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외부 미팅 장소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버그 리포트를 받고, 커서에 증상을 설명하고 코드를 받아 바로 수정 배포까지 마친 기억이 납니다.
CTO 본연의 일과 병행해야 했던 제게 있어, AI는 곁에 둔 자비스 같은 존재였습니다.
도쿄 현지에서, 사용자로서 다시 보는 우리 서비스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우리 팀원 4명은 모두 도쿄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미리 모집한 현지 도우미 파트너분들과 함께, 서비스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돈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할 여행객이 되어,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냉정하게 판단해보고 싶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낯선 도쿄 시내를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앱으로 도우미를 호출하고, 매칭된 현지도우미를 실제로 만나는 경험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에 사는 한국인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즐거운 경험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죠.
3박 4일의 짧은 여정을 통해 우리는 여행자와 파트너 모두에게 꼭 필요한 추가 기능들을 발견했고, 한국에 돌아와 오픈 전까지 그것들을 반영하기 위해 다시 달렸습니다. 업무 강도는 높았지만 누구도 불평하거나 지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직접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성취감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과거처럼 정해진 스펙만 개발하는 역할이었다면, 오픈 직전에 스펙을 바꾸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개발자의 역할을 넘어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오너’였기에, 더 나은 제품을 위한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AI 시대, 개발자의 진짜 역할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입니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일수록, 개발자는 단순 구현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코드 한 줄을 얼마나 빨리 치느냐가 핵심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고객의 문제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실험과 설계를 주도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AI 개발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저처럼 오랜 기간 실무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도, 클라이언트 개발이 처음인 사람도, 이제는 AI와 함께라면 다시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8월 4일, ‘온디맨드 현지도우미’ 서비스는 세상에 나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겠지만, 우리 팀은 계속해서 이 제품을 성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AI와 함께 스스로의 상상을 실현하는 ‘문제 종결자’로 거듭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