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가 영업으로 '전직'해보는 3주: Sales Lab 1기 모집 시작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2년 동안 AI Lab을 운영하며, 같은 일을 더 적은 인원과 더 짧은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왔습니다.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그 시간을 어디에 다시 써야 하는가. 마이리얼트립의 답은 '고객을 이해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조직 차원의 실험으로 옮긴 것이 이번에 시작하는 Sales Lab(세일즈 랩)입니다. Product Engineer(PE)가 3주 동안 영업·고객 현장에 직접 서보고, 원한다면 Sales/BD로 '전직'까지 이어질 수 있는 단기 프로그램입니다.
만드는 비용이 0에 수렴할 때, 회사는 무엇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
과거의 분업 구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비용 자체가 컸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일에 전담하는 직무가 따로 있어야 했고, 그 옆에 파는 직무, 운영하는 직무가 각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이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AI로 만드는 한계비용이 빠르게 0에 가까워지면서, 이 전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만드는 일이 가벼워지자,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굳이 갈라놓아야 할 이유가 약해진 것입니다. 만드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진 환경에서는, 오히려 고객을 이해하는 영역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를 '파는 역량'이라고 부릅니다. 그저 영업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가장 먼저 정의하고, 그 정의를 곧장 제품으로 옮길 줄 아는 역량에 가깝습니다.
만드는 일과 파는 일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한 사람이 두 가지를 다 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1~2년 사이 비슷한 경계 허물기를 이미 몇 단계 거쳐 왔습니다. 처음에는 프런트·백 같은 엔지니어링 내부의 경계, 그다음에는 디자인·PM·QA를 아우르는 제품 경계, 그리고 지금은 Sales/BD까지 — 같은 흐름이 한 발씩 바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AI Lab이 만든 여유, 그리고 드러난 숙제
AI Lab은 이 변화의 1단계였습니다. 같은 제품과 기능을 이전보다 훨씬 적은 인원과 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것을 실제 일로 검증해본 2년의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짧게 말해 '가능하다'였습니다. 만드는 데 들던 시간이 줄어들었고, 줄어든 시간만큼 구성원들이 다른 일을 시도해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여유 안에서 다음 숙제가 드러났습니다. 절약된 시간을 자연스럽게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는 일'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해의 깊이가 사람마다 너무 달랐습니다. 오랜 시간 분업화된 환경 안에서 일해온 만큼, 각자가 고객을 만나본 경험치도, 시장을 읽는 감각도 크게 차이가 났던 것입니다.
AI Lab이 다룬 문제는 '만드는 속도'였고, 그 다음으로 드러난 문제는 '이해의 편차'였습니다. 속도가 빨라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빨라진 다음에 보이는 풍경이 더 중요했습니다.
Sales Lab 1기: 3주 동안 무엇을 하는가
Sales Lab 1기는 이 숙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의 PE가 Sales/BD 영역까지 직접 경험하고, 필요한 경우 그 방향으로 역할을 확장·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된 3주짜리 단기 코스입니다. 3주라는 정해진 기간 동안 실제 고객을 만나고, 거기서 발견한 것을 다시 제품으로 가져오는 사이클을 한 사람 안에서 돌려보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프로그램이 한 사람 안에서 돌려보려는 사이클은 크게 네 가지 동작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고객을 직접 만나서 듣고, 2) 그 안에서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3) 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한 다음, 4) 그 해결책의 첫 버전을 그 자리에서 또는 돌아와서 만들어 보는 흐름입니다. 분업 구조에서는 1번과 4번 사이에 여러 직무와 여러 주가 끼어 있었습니다. Sales Lab은 그 거리를 한 사람의 하루 단위로 압축해보려는 실험입니다.
국승현 PE: 영업 현장에서 들은 니즈가 하루 만에 시스템이 되는 구조
이미 마이리얼트립 안에는 이 길을 한 발 먼저 걸어간 PE가 있었습니다. 숙박 영업으로 역할을 전환해 활발히 현장을 뛰고 있는 국승현 PE입니다.

승현님의 출발점은 영업이 아니라 정산이었습니다. 2021년 마이리얼트립에 합류해 정산 시스템을 첫 설계부터 운영까지 4년 반 동안 맡아왔고, 약 36만 줄에 이르는 코드 대부분의 맥락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띄어쓰기 한 칸 단위까지 컨벤션을 맞춰가며 시스템을 엄격하게 관리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이 뒤틀리고 어울리지 않는 코드가 쌓이는 흐름을 막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엄격하게만 가면 사업의 요구 변경을 받지 못하고, 수용적으로만 가면 통제가 어려워지는 — 흔히 오래된 시스템이 겪는 갈등이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AI가 빠르게 발전하던 시기에 이 갈등에 작은 실마리가 보였다고 합니다. 정산 시스템 36만 줄을 통째로 지식 베이스로 만들고 그 위에 1차 응대 에이전트를 올리는 시도였습니다. 잘 작동하는 에이전트를 만들어 보고 나서야 다음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잘 만든 에이전트로도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있었고, 그 한계는 시스템 내부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서 오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이야기가 영업, 사업개발, PM, 개발자를 차례로 지나오면서 맥락이 한 겹씩 깎였고, 시스템 입장에서는 어떤 변경이 날아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결론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시스템을 오래 살아남게 만들려면, 개발자가 사무실에서 설계를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 고객 앞에 서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국내 중소형 숙박시설 사장님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두 가지를 새로 알게 됐다고 합니다.
하나는 고객의 요구사항이 의외로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버튼 위치를 조금만 옮겨 달라거나, 글씨가 잘 안 보인다거나 하는, 받아들이는 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종류의 요청이 많았습니다. 기존 사이클에서는 영업이 듣고, 내부 정리를 거치고, 백로그에 들어갔다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던 그런 요청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객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도메인을 아는 사람이 직접 현장에서 부딪쳐야,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진짜 니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코드를 짤 줄 아는 사람이 직접 고객 앞에 설 때, 일반적인 영업 사이클로는 나오지 않는 속도와 깊이가 만들어집니다.
실제 사이클이 어떻게 압축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한 지역 숙박시설 사장님과의 미팅에서, 승현님은 카운터 옆에 앉아 사장님이 실제로 쓰는 화면을 함께 봤습니다. 그 자리에서 야간 옵션 표기, 평일·주말 가격 노출, 입실 시간 설정 같은 실무 이슈들이 줄줄이 드러났습니다. 메신저로 바로 기록을 남기고, 그날 저녁 안에 시스템에 반영할 후보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중 일부는 빠르게 적용하고, 일부는 다시 보류로 돌렸습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들은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보통의 영업 사이클에서는 영업이 듣고, 기획이 정리하고, 개발이 만들고, 다시 영업이 전달합니다. 단계 사이마다 시간이 들고, 의도가 옅어집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동시에 만드는 사람이라면, 단계 자체가 사라집니다. 사장님이 한 말이 그날 안에 화면이 되어 돌아오고, 들어맞지 않는 후보는 같은 사람의 판단 안에서 빠르게 보류로 정리됩니다. 상품을 설명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제품으로 가져가 해결해주는 사람 —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만나는 의미 자체가 달라집니다.
왜 국내 중소형 숙박 시장인가: 시장 포지션과 조직 설계가 같은 답을 가리킬 때
승현님 사례가 단순히 '재미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마이리얼트립의 시장 포지션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중소형 숙박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입니다.
후발주자라는 자기 인식은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이미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서는 따라잡기 어렵고,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이 고른 그 '다른 무엇'은 현장에 가장 가까운 조직,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PE가 직접 현장에 나가는 일은 한 사람의 시도가 아니라 전략과 정합입니다. 시장에서의 위치(국내 중소형 숙박 영역의 후발주자)와 조직의 설계(PE가 현장에 직접 나가는 구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파는 개발자'라는 직무 정의: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흐름의 일부로
승현님 사례는 한 사람의 성공으로만 두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가 커집니다. 그래서 Sales Lab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 안에서만 압축되던 사이클을 다른 PE들도 직접 돌려보게 하는 장치가 Sales Lab의 역할입니다.
마이리얼트립에는 iOS, 안드로이드, 백엔드, 프런트엔드 같은 역할 구분이 따로 없습니다. 모든 엔지니어는 PE — 문제를 처음 정의하는 순간부터 설계, 실행, 결과까지 스스로 감당하는 사람으로 일합니다. Sales Lab은 그 정의의 범위를 한 발 더 넓혀서, Sales/BD 영역까지 PE의 일하는 방식 안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직무 명칭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PE가 다루는 문제의 시작점을 코드가 아니라 고객의 자리로 옮기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런 확장이 처음 시도되는 영역도 아닙니다. 마이리얼트립에는 이미 PE 조직 중 하나가 외부 고객 대상으로 매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흐름이 있고, 그 안에서 직접 외부 미팅과 영업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영업 쪽에서 그리는 화면은 개발 입장에서 보면 리소스와 인증 구조 면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적 그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간극을 좁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만드는 사람이 직접 그 자리에 앉아 보는 일입니다.
엔지니어가 익숙한 영역을 잠시 떠나는 일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마이리얼트립은 솔직하게 보고 있습니다. 익숙한 코드를 잠시 내려놓고 모르는 영역으로 나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Sales Lab은 '전직 결정을 미리 내리고 들어오는 자리'가 아니라, 3주 정도 짧게 경험해 보고 안 맞으면 본업으로 돌아오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만드는 시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된 지금, 그 시간을 더 만나고 더 고민하는 쪽으로 재배분해볼 수 있는 자리가 한 번쯤은 있어도 좋다는 판단입니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우려도 있습니다. 각 PE가 자기 앞에 있는 고객의 요구를 깊이 반영할수록, 회사 전체로 보면 제품이 중구난방이 되는 게 아니냐는 물음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이 내놓은 답은 이렇습니다. 각 PE가 자기 고객을 완전히 만족시키려 애쓰는 흐름 자체는 막을 것이 아닙니다. 그게 오너처럼 일하는 모습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흐름이 흩어지지 않도록 거버넌스를 짜는 일은 리더의 숙제로 분리해서 봅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풍경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고객들의 요구는 결국 '손님이 더 왔으면 좋겠다', '가동률이 올랐으면 좋겠다', '같은 방을 효율적으로 돌리고 싶다' 같은 몇 가지로 수렴하고, 이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시스템과 도구를 조합하면 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파는 개발자'라는 표현은 강하지만, 회사 차원의 결론으로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입니다. Sales Lab 1기는 말 그대로 1기이고, 마이리얼트립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가설은 이렇습니다 — PE의 직무 확장이 한 사람의 일회성 사례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패턴이 될 수 있는가.
다음 단계: 1기 이후 마이리얼트립이 보려는 것
Sales Lab 1기는 시작 단계이고, 마이리얼트립은 이 실험을 통해 몇 가지 질문에 답을 얻고 싶어 합니다. 한 사람의 사례가 패턴이 될 수 있는지, 패턴이 된다면 어떤 조건에서 그렇게 되는지, 그리고 그 조건을 어떻게 다음 기수와 다른 영역으로 옮길 수 있는지.
회사 내부에서 이 실험에 부여하는 의미는 단발 교육 프로그램과는 다릅니다. PE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 때처럼, Sales Lab도 한 번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만드는 일과 파는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고를 바꾸는 시작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1기에 참여하는 사람 일부는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고, 일부는 영역을 옮길 것이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나올 것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이 지켜보려는 것은 그 분포 자체입니다.
최근 회사 안의 풍경도 비슷한 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종류의 개선이 회사 곳곳에서 빠른 사이클로 나오고 있고, 의사결정권자조차 모르는 속도로 화면들이 바뀌어 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 — 그 감각이 한 명의 PE 안에서, 한 팀 안에서, 그리고 회사 단위에서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일이 Sales Lab 다음 단계의 관찰 포인트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2년 동안 만드는 비용을 줄이는 일을 해왔고, 이제 이해의 편차를 줄이는 일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