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가 분명한 여행, '마이 오리진'의 탄생 이야기
마이리얼트립이 직접 기획한 여행 브랜드 '마이 오리진(MyOrigin)'을 선보였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직접 여행을 설계하고 검증해 내놓은 셀렉션입니다.
마이 오리진에는 이미 일본 나오시마 예술 섬 워킹 투어, 파리의 플라워 클래스와 미식 투어, 시드니 하이킹, 프라하 맥주 공장 투어까지 여러 결의 여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런 라인업을 직접 기획하고 검증하며 하나씩 쌓아 왔고, 그 위에 최근 새로 '런트립' 라인업을 추가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왜 여행을 직접 기획하기 시작했을까요. 이 글에서는 마이 오리진이 실제로 어떻게 기획되고 검증됐는지를 마이 오리진을 기획한 서기원 님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모아서 보여주던 플랫폼이, 왜 직접 기획에 나섰나
첫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수많은 여행 상품이 이미 플랫폼 위에 올라와 있는데, 왜 굳이 직접 기획에 나섰는가.
기원님은 '공백'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습니다. 수요는 분명히 있는데 좋은 공급이 없는 자리,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플랫폼은 좋은 상품을 잘 골라서 보여주는 일을 오래 해왔어요. 그런데 어떤 자리는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고객은 가고 싶어 하는데 한국어로 안내되는 상품 자체가 없는 도시, 후기는 좋은데 막상 믿고 떠날 만한 묶음이 없는 경험들이요. 그 공백을 메우고 싶었습니다."
마이 오리진은 그 판단에서 출발했습니다. 좋은 상품을 골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비어 있는 자리를 직접 기획하고 검증해 채우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마이 오리진은 마이리얼트립이 직접 기획·검증하거나 엄선해 큐레이션한 상품을 모은 셀렉션입니다.
기원님이 강조한 것은 '직접 기획'이 지는 책임의 무게였습니다. 그 책임이 곧 마이 오리진만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봤습니다.
"직접 기획한다는 것은 책임의 차원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코스의 작은 디테일부터 진행 방식까지 저희가 직접 검증하고 온전히 책임지기에, 고객에게 '믿고 떠나셔도 좋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약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 결과는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나오시마 투어 론칭 당시 동료들도 기원님과 함께 현장 인스펙션에 동행했습니다. 기원님이 현장에서 투어의 뼈대를 세웠다면, 동료들은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디자인을 더해 이를 한층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듬었습니다. 현장의 투어가 마이 오리진이라는 브랜드 상품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본 사람만이 잡아낼 수 있는 디테일이 있어요. 코스를 설계한 제 역할만큼이나 동료들의 시각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이 현장에서 원팀(One Team)으로 붙었기에, 우리만의 디테일이 나온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블렌드에서 싱글 오리진으로: 출처가 분명한 여행
마이 오리진의 콘셉트는 '싱글 오리진', 즉 출처가 분명한 여행입니다. 커피에서 빌려온 비유라고 기원님은 설명했습니다.
싱글 오리진은 산지와 농장, 가공 방식이 분명합니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누가 어떤 의도로 기획했고, 어디서 어떻게 검증했는지가 드러나는 여행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합니다.
"기존 상품 상당수는 출처가 섞인 블렌드에 가까워요. 마이 오리진은 누가 기획하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분명한 여행입니다."
콘셉트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마이 오리진이 그동안 쌓아 온 라인업을 보면 윤곽이 잡힙니다. 같은 파리에서도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플라워 클래스를, 미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쿠킹 클래스와 디저트 투어를, 달리는 사람에게는 러닝 투어를 내놓았습니다. 도시 하나에서도 결이 다른 경험을 직접 설계해 온 셈입니다.
기원님은 이 점을 마이 오리진의 강점으로 짚었습니다.
"같은 도시여도 고객이 원하는 건 제각각이에요. 그래서 한 도시에서도 여러 결의 경험을 직접 설계해 봤습니다. 출처가 분명한 여행은 결국 고객이 '이건 누가, 왜 만들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여행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한국어 상품이 없던 일본 소도시에서, 0에서 1로
콘셉트가 좋아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검증이었습니다. 직접 기획한 여행이 정말 팔리는지 어떻게 확인했는가.
마이 오리진의 첫 무대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한 소도시였습니다. 수요는 꾸준한데 한국어로 안내되는 투어 공급이 없던 곳을 일부러 골랐습니다. 비교 대상이 없는 자리에서 0에서 1을 일궈 보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검증이라면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 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어 상품이 아예 없던 도시를 골랐습니다."
대표 상품인 '예술의 섬' 나오시마 워킹 투어는 초기부터 모객이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애초에 수요가 있을 거라 예측하고 고른 지역이었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건 다른 데 있었다고 기원님은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현지 파트너가 없던 지역이라, 그곳에서 꾸준히 투어를 운영해 줄 사람을 구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처음엔 한국어가 가능한 일본인 가이드와 시작했지만, 단순히 언어가 유창한 것과 여행자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기원님은 투어 경험 전체를 직접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이미지 자료를 어느 타이밍에 꺼내 어떤 멘트를 건넬지, 나아가 분 단위로 변수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세밀하게 스크립트로 정리했습니다.
"사실 저도 나오시마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게 페리와 버스 시간표, 섬의 모든 길을 통째로 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걸 전수하려고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가이드를 트레이닝했고, 투어 3회차까지는 제가 직접 따라가 보조했어요."
그렇게 깊이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본인 스스로가 나오시마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 번은 투어 중간에 인스펙션 인원이 합류하는 일이 생겼는데, 합류 지점을 안내하던 기원님의 머릿속에는 타임라인과 위치는 물론 상대방이 지금 보고 있을 풍경까지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도 '지금 이분 눈앞에 이 골목이 보이겠구나'가 그려지더라고요. 그분도 적잖이 놀라셨어요. 그 정도로 완벽하게 알아야 비로소 남에게 제대로 전수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진행 방식은 현재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현지 파트너를 새롭게 만나, 직접 설계한 코스의 결을 그대로 지키며 성공적으로 운영을 맡기고 있습니다. 덕분에 나오시마 투어는 매달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마친 라인업은 6개월 만에 6개국 7개 도시로 넓어졌습니다. 나오시마 예술 섬 워킹 투어를 비롯해 이집트 세미패키지, 파리 미식·플라워 클래스, 시드니 대자연 하이킹, 프라하 맥주 공장 투어까지. 직접 기획·검증한 상품과 엄선해 큐레이션한 상품이 같은 브랜드 아래 모였습니다.

여러 라인업 중 러닝을 새로 더한 이유
이렇게 쌓아 온 라인업 위에, 마이 오리진이 가장 최근에 새로 더한 것이 러닝이었습니다.
기원님이 러닝을 택한 데는 분명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강과 동네 공원에 달리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고, 혼자 하던 운동이 러닝 크루로 모이며 사람을 잇는 활동으로 번졌습니다. 인기 마라톤 대회는 접수가 열리기 무섭게 자리가 차고, 그날 달린 거리를 기록해 공유하는 일도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숫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근 1년 내 조깅·달리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021년 23%에서 2025년 31%로 높아졌고, 한국관광데이터랩 집계에서 '런트립' 관련 SNS 언급량은 2021년 대비 2024년 598% 늘었습니다. 달리기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그 일상을 여행지에서도 이어가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뒤따랐습니다.
"달리기는 이미 많은 분의 루틴이 됐어요. 그런데 여행을 가면 그 루틴이 끊기죠. 낯선 도시에서 혼자 달리긴 부담스럽고, 어디를 어떻게 뛰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 끊긴 자리를 여행 경험으로 이어주면 어떨까. 거기서 런트립이 시작됐습니다."
늘어나는 러닝 수요 위에 도시 여행을 얹은 셈입니다. 일상이 된 달리기와 여행이 만나는 지점을, 마이 오리진이 새로운 라인업으로 옮겨 왔습니다.
혼자 뛰면 운동, 같이 뛰면 여행
런트립은 런던·파리·바르셀로나·프라하·뉴욕 5개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도심 러닝 투어입니다.
모든 도시에서 한국어로 진행됩니다. 한국어로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도시의 주요 명소를 잇는 약 8km 코스를 달립니다. 구간마다 포인트에서 사진을 남기고, 코스를 마무리하면 현지 로컬 마켓이나 카페에 들러 그 도시의 러닝 문화와 사람을 만납니다. 평소 가볍게 달리는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는 초급에서 중급 난이도입니다.
기원님은 런트립이 단순한 달리기 코스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도시를 몸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게 런트립의 핵심이에요. 빠르게 완주하기보다 천천히 도시를 들이는 쪽에 가깝죠. 템스강이나 센강을 달려보면, 사진으로 봤던 도시가 완전히 다르게 남아요."
도시마다 결도 다릅니다. 뉴욕은 뉴요커의 아침 루틴을 따라가고, 파리는 센강과 에펠탑을 끼고 달리는 선셋 러닝으로, 같은 런트립이어도 도시마다 다른 시간대와 풍경을 코스에 담았습니다.
"좋은 현지 파트너 없이는 런트립이 성립하지 않아요. 나오시마에서 배운 게 그거였습니다. 우리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현지에서 가장 잘 살려줄 분과 함께 가는 것. 런트립도 똑같이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머릿속을 옮겨 담은 '두 번째 뇌'
한 사람이 여러 도시의 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검증하는 일은 보통의 속도로는 어렵습니다. 기원님은 그 속도의 비결로, 자신의 업무 지식을 통째로 옮겨 담아 직접 만든 AI 워크플로우를 꼽았습니다. 본인은 이를 '두 번째 뇌'라고 표현했습니다.
"제 머릿속 지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옮겨 담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상품 정보, 파트너 맥락, 고객 후기, 과거 의사결정까지요. 머릿속에만 있으면 저 한 명에 묶이지만, 옮겨 두면 AI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자산이 되거든요."
흩어져 있던 지식을 한곳에 모으고 나니, 반복 작업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상품 상세페이지의 초안을 AI가 먼저 잡아 주면 기원님은 카피와 구성을 다듬는 데 집중하고, 새 여행을 내놓기 전에는 어떤 컨셉과 가격이 통할지 미리 가늠해 봅니다. 아직 좋은 공급이 없는 도시나 테마, 즉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내는 일에도 AI의 도움을 받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품을 들이던 밑작업이 줄어든 만큼, 정작 중요한 판단과 검증에 시간을 몰아 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AI가 밑작업을 해주니까, 제가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판단과 검증에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습니다. 직접 기획의 범위를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이유예요."
이 워크플로우는 기원님이 필요해서 직접 만든 도구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이런 AI 도구를 만들어 쓰는 풍경은, 마이리얼트립에서 특정 직군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일하는 방식이 중요한 건, 조직 문화에 그치지 않고 사업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AI가 밑작업을 덜어준 만큼 사람은 판단하고 검증하는 일에 시간을 더 쏟을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믿고 고를 수 있는 여행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직접 기획한 여행을 계속 넓혀간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습니다. 런트립 다음은 무엇일까요.
기원님은 경험의 결을 넓히는 일을 먼저 말했습니다. 러닝을 새로 더했듯이, 그 옆에 미식과 예술, 자연 같은 또 다른 결의 라인업이 더 두텁게 자리 잡아가는 그림입니다.
"도시 숫자를 늘리는 건 결과일 뿐이에요. 우리가 정말 넓히고 싶은 건 고객이 고를 수 있는 경험의 폭입니다. 달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런트립이 있듯이, 다른 결의 여행에도 마이 오리진이 답이 되도록요. 직접 기획해 검증한 여행을 하나씩 더해가려고 합니다."
플랫폼이 여행을 직접 기획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모아서 보여주는 일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갑니다. 그럼에도 마이리얼트립이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출처가 분명한 여행은 직접 기획하고 검증해야 나오기 때문입니다.
T&A실을 이끌며 마이 오리진을 함께 일군 최강규 님은, 이 브랜드가 향하는 지점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여행을 직접 기획한다는 건 마이리얼트립이 쌓아온 안목을 상품으로 증명하는 일입니다. 기획부터 검증까지 직접 맡은 여행에는 마이리얼트립의 색이 그대로 담기고, 현지에서 함께 다듬은 만큼 경험의 밀도도 살아납니다. 마이 오리진은 그 증명의 출발점입니다."
런트립을 달려본 사람은 그 도시를 사진보다 호흡으로 기억합니다. 마이 오리진이 지향하는 건 바로 그런 여행입니다. 직접 뛰어보고 다듬은 코스, 한 도시에서도 결이 다른 경험, 믿고 떠날 수 있는 묶음. 그렇게 기획한 여행을 하나씩 더해가는 것이 마이 오리진의 다음 걸음입니다.
